나누고 싶은 이야기

“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렸네 ”
2025-11-01 14:35:48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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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는 자리가 다르면 세상도 달리 보인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렸네. 멀고 가까움의 자세가 다른 탓이지.” 정약용 선생의 시이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릴 때가 많다. 작은 산 바로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눈에는 큰 산이 들어오지 않는다.

자기가 보고 있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은 어리석다. 그들은 배우려 하지 않는다. 닫힌 마음이 지옥이다.

에밀리 에스파하니 스미스의 강연 삶에는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를 보았다. 그는 삶의 의미를 구성하는 네 개 기둥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유대감이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든든한 유대가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

둘째는 목적에 대한 자각이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려 할 때 삶이 든든해진다.

셋째는 초월성이다. 현실 너머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예배에 참여하고 글을 쓰는 행위는 바로 그런 능력을 우리에게 부여해 준다

넷째는 스토리텔링이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 삶의 저자이다. 어느 누구도 우리 이야기를 대신 써줄 수 없다.

가끔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가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이야기를 수정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실패와 쓰라림, 부끄러웠던 기억을 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 경험들을 사회적 자산으로 만드는 이들도 있다.

바로 그것이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일이고 존재의 용기이다.

에밀리는 강연 말미에 자기 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피교도였던 아버지는 가족들과 명상하는 시간을 참 좋아했고 성실한 시민으로 살았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심근경색으로 사경을 헤매게 되었다. 수술에 앞서 마취실에 들어간 그는 자기 아들과 딸의 이름을 반복해서 불렀다.

깨어나지 못하고 죽는다 해도 자기의 마지막 말은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 살고 싶어 했다.

자기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 속에는 에밀리가 말하는 삶의 네 기둥이 다 담겨 있다.

삶은 고통의 연속이다. 고통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고립감, 버림받음에 대한 의식, 무의미성이다.

하지만 우리 삶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때 삶은 견딜 만해진다.  옳음을 전유하려는 욕망은 연결을 끊는다.

적대감이 넘치는 세상에서 우정과 환대의 장소를 만드는 이들이 세상의 숨구멍이다. 이들은 눈에 보이진 않아도 작은 산 너머에 큰 산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 김기석 님의⟪당신의 친구는 안녕한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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