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지수는 약간의 혼돈을 담고 물어보았다.
“선생님, 선생님 눈에는 모든 사람이 다 예쁜가요?”
“아니요.”
“아니라고요?”
“네, 안 예쁜데 예쁜 애도 있어요.”
“안 예쁜데 예쁜 애라니요?”
“슬쩍 보면 안 예쁜데, 자세히 보면 그 예쁨이 보이죠. 사실은 안 예쁘니까 멈춰서 자세히 봐서라도 예쁨을 찾으려는 거예요.”
“그럼 반대로 예쁜데, 안 예쁜 애도 있나요?”
“있죠. 높은 사람일수록 그런 사람이 많아요. 언뜻 보면 예쁜데, 자세히 보면 안 예뻐. 화려해도 빛이 안 나, 하하.
그런데 가만 보면 ‘자세히 봐야 예쁘다’라는 말은 매우 실례되는 말이에요. ‘안 예쁘다”는 말이거든. 시인의 가치, 시의 묘미가 거기 있어요. 역설의 미학입니다.
밤에 왜 불을 켜요? 어두우니까. 겨울에 난로를 왜 틀어요? 추우니까. 코로나 때 왜 나태주 시집이 팔렸어요? 절망적이고 우울하니까.
나태주가 철없이 훅 내뱉는 말, 판단하지 않는 말에 많이들 위로받았다고 해요. 그걸 어려운 말로 뭐라고 하는 줄 알아요?”
“뭐라고 하죠? 어려운 말로?”
“카타르시스! 하하, 개그맨 같죠?”
“아! 카타르시스…… 저도 나이 들면 선생님처럼 남을 좀 웃길 수 있을까요?”
“그런데 나이 들어서 웃기는 게 아니라 은혜를 받아야 웃길 수 있어요. 힘을 빼야 웃길 수 있죠. 고통 없는 웃음이 어디 있겠어요?
인생의 고통을 미리 알면 답을 내리려 하겠죠. 그런데 미리 알고 살면 그보다 더 큰 형벌은 없을 거예요. 군대를 두 번 똑같이 가면 죽습니다.
형 대신 군대 다녀온 아우를, 본인 영장 받았으니 다시 가라고 하면 죽어요. 연애도 여러 번 실패하면 결혼 안 하려고 해요. 뭣 모를 때 하는 거죠. 미리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인생은 본질이 서투른 거예요. 서투른 걸 편안하게, 담담하게 받는 거죠. 서로를 서투르게 봐줘야 웃길 틈이 생깁니다.
유재석이 보는 <유 퀴즈 온 더 블록>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도 나는 대본 없이 촬영해요. 큐시트를 줘도 안 받아. 왜? 서투른 데 생명이 있거든요.
완벽주의의 숲에서 빠져나오려면 ’서투른 걸‘ 받아들여야 해요. <유퀴즈>에 나온 다른 사람들 보니까 땀을 뻘뻘 흘리는 분들도 많더구만.
마음속으로 미리 써둔 과거의 답안지를 돌리는 중이에요.”
“딱 제 모습이네요. 저는 대중 앞에 서면 늘 머리가 하얘져요.”
“나를 믿어봐요. 즉석에서 새롭게 돌리면 훨씬 싱싱해요. 오답을 낼 수도 있습니다. NG 자체도 연기예요. 실수 자체도 그냥 인생입니다.
불행 그 자체를 손들어 환영할 건 아니지만, 불행한 사고나 ’이불킥‘하고 싶은 실수는 반드시 그 뒤에 더 좋은걸 가져다줍니다.”
- 김지수 님의⟪나태주의 행복수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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